응모작(2019) 공유한다는 것

이예진
2020-10-20
조회수 1625

2019 인천관광 스토리텔링 공모전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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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아니차이나타운 가자고

  

 잠시 고민했다내가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냐면서그게 그 말이지 짜장면 먹을 거 아니면 차이나타운을 갈 이유가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그래도 고민하는 시늉이라고 해야 했기에 끙하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벚꽃 피면 가자

 

 나름 현명한 답변이었다차이나타운 옆 자유공원은 봄이면 벚꽃이 예쁘니까지금은 추우니나름 다음을 기약한 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벚꽃 좋지근데 그건 계절 타잖아


 그래서 결국 가게 되었다수인선의 끝과 시작인 인천차이나타운그녀는 연신 내 얼굴을 살폈다자취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을 겨우 밖으로 끌어내 잘 먹는지잘 입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겠지만 꾹꾹 삼키고 말없이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웬 차이나타운

 

 그녀가 자꾸 쳐다보니 절로 퉁명스러운 말투가 나왔다취준생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나 바쁜 거 모르냐고 이어서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깐 좋지 않냐는 말에 차마 그런 말은 나오지 못했다.

   

 차이나타운이 우리 모녀에게 무슨 특별한 장소냐 누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매년 오는 곳도 아니고일부러 찾아서 오는 곳도 아니다자장면 먹을 때나인천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고 싶은 장소 정도차이나타운은 딱 그랬다.

 그래서 난 그녀가 날 이곳으로 데려온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학교 졸업했으니 본가로 오면 안 돼엄마 외로워

 ‘그래도 취업 준비하려면 학교 근처가 편해 자취방 계약도 남았고

  

 예전 대화를 떠올렸다졸업하고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그녀는 외로워했고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다비슷한 대화가 이번에도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다그래도 아직은 안 내려가려고…….

  

  “여기야 여기!”

 

 상상의 대화 중인 내게 그녀가 이끈 곳은 어느 계단이었다그녀는 계단 앞에 날 세우고 좌우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는 일본식 건물이쪽은 중국식 건물

  “?”

  “자세히 봐봐 건물 양식이 달라” 

  “건물아 그래서 계절 안 탄다고 한 거구나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

  “여기가 그거야?”

  

 그녀는 대답 대신 석등을 왔다 갔다 쳐다보았다등도 좌우로 모양이 달랐다난 계단에 올라서면서 좌우를 살펴보았다서로 다른 건축양식이 이 계단을 중심으로 보였다차이나타운에 많이 왔었지만건물을 바라볼 정도로 유심히 본건 아니었기에 이런 차이가 있는 줄 몰랐다뒤돌자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기하지?”

  

 그리고 그녀가 이끈 곳은 역시 짜장면집이었다맛있게 먹고서 우리는 헤어졌다난 자취방으로 그녀는 우리 집이었던 본가로올라오는 전철에서 난 그 계단을 생각했다그래서 그 계단이 어쨌는데의문이 머리 위를 떠다녔다.

 결국 자장면 먹자고 간 거지속았단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문자가 왔다지원한 회사인 줄 알았는데 그녀였다실망하면서 문자를 확인했다.

   

  “계단을 공유한다?”

  

 그리고 첨부된 사진 한 장청일조계지 계단에서 좌우를 열심히 살피는 나.

 이건 또 언제 찍었대픽 웃음이 나왔다엄지와 검지로 확대해 오른쪽 건물을 왼쪽 건물을 다시 보았다신기하긴 했다같은 계단을 두고 좌우 대비되는 건물과 석등그런데 우리라니?

 그리고 사진 한 장이 더 왔다계단 앞에서 좌우를 열심히 살피는 그녀.

 나랑 갔을 때가 아닌 다른 날이다뒷모습인데 서서 좌우를 살피는 모양새가 꼭 모녀다그녀는 누군가에게 청일조계지 계단에 대해 설명 듣고 내가 떠올랐던 것이다.

 공유라니퍽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면과 면이 만나면 모서리가 된다그리고 면과 면은 같은 모서리를 공유한다당연한 말이지만…… 그날 엄마는 짜장면 때문에 날 차이나타운에 데려간 게 아니었다

  

 ‘엄마 난 모서리 인생이야.’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게 엄마는모서리가 공유하고 있는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일본 건물과 중국 건물이 같은 계단을 공유한 신기한 그 모습이엄마랑 내가 다른 날 같은 포즈로 계단을 서 있는 그 모습이내가 모서리지만 엄마와 내 삶은 공유한다는 점이.

 엄마가 더 낭만적이네

 차이나타운은 이제 우리 모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 작품설명 (개인의 경험을 가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0

 인천에 살았지만 차이나타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어요. 같은 계단을 두고 다른 건물이 세워진 모습이 멋졌습니다.
경계 계단에 대해 새로운 추억이 생겨, 용기를 얻게 된 경험을 글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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