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중독, 송도 ‘해돋이 공원’ “엄마, 우리 토요일에 뭐할까?” “아빠 오시면 공원 갈까?” “으응, 좋아!”
‘아빠’와 ‘공원’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이다. 요즘처럼 맑고 따뜻한 날씨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공원 나들이를 나간다. 남편은 올해 초부터 업무 환경 상 대전에서 일을 하게 되어 한 주의 절반 정도를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그러니 올해 7살, 5살 된 두 아들은 아빠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는 토요일만을 내심 기다린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화된 공원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1년 전 봄, 타 지역에 살면서 이 곳 인천으로 이사할 집을 찾던 중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한 숨 돌릴 겸, 우연히 지나치다가 발견한 작은 공원에서 잠시 놀기로 했다. 주차장 크기로 보아 그리 큰 공원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원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새 봄, 가지마다 이제 막 태어난 초록 잎들이 싱그러웠다. 그 첫 울음을 밤 사이 다 운 것인지, 숲을 이룰 만큼 나무가 많았던 공원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잠시 뒤, 움을 틔운 여린 잎들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연못의 분수들이 공중으로 힘찬 물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송도의 ‘해돋이 공원’. 그 첫인상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후로 여름을 지나, 우리는 같은 공원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제는 원하면 언제든지 고요했던 그 작은 숲으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해돋이 공원은 우선 조경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 되어있다. 보행로(초록색 길)와 자전거 도로(붉은색 길)가 명확히 구분되어 규칙만 잘 지켜 다닌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곳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이 풍부하다. 3층 높이의 대형 미끄럼틀은 이 공원의 명물이다. 주말이면 목이 빠져라 미끄럼틀을 올려다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슈우-웅. 미끄럼틀을 타며 호기로운 표정으로 내려오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기만 해도 함께 신이 난다. 중앙 광장의 바닥 분수도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이다. 지난 여름, 수영복을 입고 제 키보다 세 배는 더 높은 분수대 물줄기 사이로 쉼 없이 뛰놀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큰 아이는 장군처럼 칼 잡은 시늉을 하며 힘차게 물줄기를 잘랐다. 공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지칠 때까지 뛰어다녀도 좋은 이 공간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자유 그 자체이다. 해돋이 공원의 바닥 분수는 내게 무더위 속 고된 육아의 시름을 떨쳐버리게 해 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한 겨울, 날이 추워져 바깥 놀이가 어려울 때나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우리는 공원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산책로를 쭉 따라 들어가면 공원 내 도서관인 ‘해돋이 도서관’ 건물이 있다. 장갑을 껴도 시렸던 손이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찌릿한 온기를 느끼며 녹는다.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어린이 자료실’은 넓고 편안한 공간으로,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제 제법 한글을 읽게 된 큰 아이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동그란 집 속에 쏙 들어가 관심 있는 책을 한참 들여다봤다. 지난 겨울 내내 도서관을 오가며 아이는 책 맛을 알아갔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나무 그늘 밑에 4인용 텐트, 공원 안 작은 집을 서둘러 지었다. 텐트 옆으로 돗자리, 축구공, 킥보드, 배드민턴... 차 트렁크에서 꺼내 온 물품들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은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이 아이들 놀이용이라서 성인용보다 훨씬 크다. 대전에서 며칠 만에 집에 들어 온 남편의 손에 보물 상자처럼 들려있던 것이었다. 4인 가족에 알맞게 두 세트였다. 몸통만큼 큰 라켓을 들고 잔디밭 위로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어느 새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그 얼굴이 유달리 밝았다. 누군가 공원 가득한 가을 햇살을 끼얹어 씻긴, 말간 얼굴이었다. 인천으로 이사한 뒤, 사계절을 한 바퀴 돌았다. 어느 새 깊은 가을, 공원 안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는 시간들이 좋다. 붉게 물든 나무로부터 낙엽비가 떨어진다. 가지마다 비워지고 말끔해지는 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자연의 행보는 늘 거침없고, 쏜살같은 시간 앞에서 아무런 미련도 없어 보인다. 사계절을 한 번씩 보내며 찍은 가족사진들은 주로 해돋이공원을 배경으로 한다. 휴대폰 사진첩에 공원 사진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이 아름다운 공간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처럼 내겐 집 다음으로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그러니 자꾸 찾아가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이 기분 좋고 건강한 중독을 언제까지나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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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천관광 스토리텔링 공모전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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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중독, 송도 ‘해돋이 공원’
“엄마, 우리 토요일에 뭐할까?”
“아빠 오시면 공원 갈까?”
“으응, 좋아!”
‘아빠’와 ‘공원’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이다. 요즘처럼 맑고 따뜻한 날씨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공원 나들이를 나간다. 남편은 올해 초부터 업무 환경 상 대전에서 일을 하게 되어 한 주의 절반 정도를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그러니 올해 7살, 5살 된 두 아들은 아빠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는 토요일만을 내심 기다린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화된 공원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1년 전 봄, 타 지역에 살면서 이 곳 인천으로 이사할 집을 찾던 중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한 숨 돌릴 겸, 우연히 지나치다가 발견한 작은 공원에서 잠시 놀기로 했다. 주차장 크기로 보아 그리 큰 공원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원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새 봄, 가지마다 이제 막 태어난 초록 잎들이 싱그러웠다. 그 첫 울음을 밤 사이 다 운 것인지, 숲을 이룰 만큼 나무가 많았던 공원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잠시 뒤, 움을 틔운 여린 잎들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연못의 분수들이 공중으로 힘찬 물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송도의 ‘해돋이 공원’. 그 첫인상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후로 여름을 지나, 우리는 같은 공원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제는 원하면 언제든지 고요했던 그 작은 숲으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해돋이 공원은 우선 조경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 되어있다. 보행로(초록색 길)와 자전거 도로(붉은색 길)가 명확히 구분되어 규칙만 잘 지켜 다닌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곳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이 풍부하다. 3층 높이의 대형 미끄럼틀은 이 공원의 명물이다. 주말이면 목이 빠져라 미끄럼틀을 올려다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슈우-웅. 미끄럼틀을 타며 호기로운 표정으로 내려오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기만 해도 함께 신이 난다.
중앙 광장의 바닥 분수도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이다. 지난 여름, 수영복을 입고 제 키보다 세 배는 더 높은 분수대 물줄기 사이로 쉼 없이 뛰놀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큰 아이는 장군처럼 칼 잡은 시늉을 하며 힘차게 물줄기를 잘랐다. 공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지칠 때까지 뛰어다녀도 좋은 이 공간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자유 그 자체이다. 해돋이 공원의 바닥 분수는 내게 무더위 속 고된 육아의 시름을 떨쳐버리게 해 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한 겨울, 날이 추워져 바깥 놀이가 어려울 때나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우리는 공원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산책로를 쭉 따라 들어가면 공원 내 도서관인 ‘해돋이 도서관’ 건물이 있다. 장갑을 껴도 시렸던 손이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찌릿한 온기를 느끼며 녹는다.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어린이 자료실’은 넓고 편안한 공간으로,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제 제법 한글을 읽게 된 큰 아이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동그란 집 속에 쏙 들어가 관심 있는 책을 한참 들여다봤다. 지난 겨울 내내 도서관을 오가며 아이는 책 맛을 알아갔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나무 그늘 밑에 4인용 텐트, 공원 안 작은 집을 서둘러 지었다. 텐트 옆으로 돗자리, 축구공, 킥보드, 배드민턴... 차 트렁크에서 꺼내 온 물품들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은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이 아이들 놀이용이라서 성인용보다 훨씬 크다. 대전에서 며칠 만에 집에 들어 온 남편의 손에 보물 상자처럼 들려있던 것이었다. 4인 가족에 알맞게 두 세트였다. 몸통만큼 큰 라켓을 들고 잔디밭 위로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어느 새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그 얼굴이 유달리 밝았다. 누군가 공원 가득한 가을 햇살을 끼얹어 씻긴, 말간 얼굴이었다.
인천으로 이사한 뒤, 사계절을 한 바퀴 돌았다. 어느 새 깊은 가을, 공원 안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는 시간들이 좋다. 붉게 물든 나무로부터 낙엽비가 떨어진다. 가지마다 비워지고 말끔해지는 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자연의 행보는 늘 거침없고, 쏜살같은 시간 앞에서 아무런 미련도 없어 보인다. 사계절을 한 번씩 보내며 찍은 가족사진들은 주로 해돋이공원을 배경으로 한다. 휴대폰 사진첩에 공원 사진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이 아름다운 공간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처럼 내겐 집 다음으로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그러니 자꾸 찾아가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이 기분 좋고 건강한 중독을 언제까지나 즐기고 싶다.
■ 작품설명 (개인의 경험을 가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