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1004개 계단과 호랑이
등장 캐릭터: 소녀, 호랑이(신선), 노란지붕마을 김씨, 노란지붕마을 봉씨, 빨간지붕마을 엄씨, 원님
어느 날 한 노인이 약초를 캐러 마니산 중턱에 올라갔다가 호랑이를 마주쳤다고 하였다. 호랑이를 마주친 이후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정신을 되찾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호랑이가 쓰러진 자신을 잡아먹지도 않고 집 앞에 놓고 갔다고 말하니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눈 앞에 고깃덩어리가 있는데 먹지도 않으면 그게 맹수일수가 있냐는 것이었다. 노인의 이야기가 비웃음거리에서 점점 희미해질 때 즈음 노란 지붕 마을에서 자신이 키우던 닭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닭이 사라진 옆 집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개들이 없어졌다고 하였고, 그 옆 집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토끼들이 없어졌다고 하였다. 마침 빨간 지붕 마을 한 노인이 호랑이를 만났다는 소문을 듣고, 노란 지붕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키우던 가축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문풍지가 구멍 나 뚫어져 있었다는 사람, 장독대가 모두 깨져 있었다는 사람들 모두 호랑이의 소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을이 한 바탕 시끄러워져 고을 원님의 귀에 까지도 그 이야기가 들어가게 된다. 원님은 마을 사람들의 흥분을 가라 앉히기 위해 한 방법을 제시한다. 소문의 원흉인 호랑이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많은 쌀과 베를 포상금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붙여진 방문을 본 사람들은 많은 포상금을 준다는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호랑이와 포상금으로 시끌벅적 할 때, 한 소녀만 호랑이의 소행에 의문점을 품었다.
S#1. 마을의 저자거리
소녀의 캐릭터 클로즈업
해설: 이 소녀로 말할 것 같으면, 방년 16세. 활 쏘기를 비롯한 무예에도 능하며 손재주도 좋은 그런 소녀이다. 책은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제까지 읽은 책이라고 하면 어느 양반집 자식들과 견줄 정도로 많이 읽었다. 그러한 밑 바탕 때문인지 한 이야기라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항상 의심에 의심을 품는 조심스럽지만 과감한 성격이다.
소녀: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호랑이 소행이라면 가축들이 없어졌을 때 주변이 피투성이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깔끔하게 쏙! 없어졌단 말이야.. 그리고 문풍지도.. 호랑이라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텐데 구멍만 뽕뽕 뚫린 게 말이 안돼.”
해설: 소녀가 호랑이의 소행에 의문을 품을 때 호랑이 잡이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하라며 옥신각신하기 시작한다.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저 정도로 많은 쌀과 포상금이라.. 탐이 나는 구만. 그런데 과연 누가 마니산에 올라 그 호랑이를 잡을 것인가? 난 두려워서 못하겠네.”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자네 아들이 아주 용맹스럽고 힘도 세다고 하지 않았는가?”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아 이 사람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흠흠.. 자네는 왕년에 쌀 10가마니도 번쩍 들만큼 힘이 장사라 하지 않았는가?”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이 사람이 보게.. 내가 언제 그런 실언을...큼큼.. 내 가느다란 팔목이 보이지 않는 건가?”
소녀: “자자 다들 그만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제가 생각하기엔 호랑이의 소행이 아닙니다. 호랑이가 그 많은 가축들을 어떻게 그리도 쏙쏙 빼 갈수 있겠습니까? 호랑이라면 이미 마당이 새 빨갛게 물들었을 것! 그리고 장독대도, 문풍지도 생각해보세요. 제 생각엔 좀도둑 소행입니다.”
노란 지붕 마을 봉씨: “듣..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그..그런데 말이다. 그.. 저번에 한 노인이 마니산에서 호랑이를 마주쳤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노인을 집 앞 마당까지 슬그머니 물어 놓은 걸 보면 늙은 고기덩이는 싫으니 놔두고 간 것이 아..아니겠느냐? 늙은 고기를 먹느니.. 작은 동물이나 잡아먹어야겠다 싶어서 교묘히 쏙쏙 빼 잡아먹고 간 것이 아니겠어?”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의아한 표정으로 모란 지붕 마을 봉씨를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 “그래 그 말이 맞네.”
소녀: “아..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중에 정말 호랑이를 마주치고 호랑이 소행이라 하는 사람들은 없는 거 맞죠?”
마을 사람들: “뭐.. 그렇긴 하지.”
소녀: “그럼 제가 마니산에 올라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확인해서 맞다면 호랑이의 목을 들고 오겠습니다. 제가 활 쏘기는 물론이고 무예에도 능한 것은 다들 익히 아실 터. 아무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제가 가겠습니다.”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자의 몸으로 홀로 가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니겠느냐?”
소녀: “하지만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무도 가려 하지 않습니까? 호랑이가 옆 마을의 노인을 해치지 않고 얌전히 데려다 준 것을 보면 보통과 같은 호랑이로는 안 보입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영물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기는 하나 좀도둑의 짓을 호랑이의 소행으로 보기에는... 저는 산 오를 채비를 하고 오늘 중으로 다녀오겠습니다.”
해설: 마을 사람들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녀를 쳐다보기는 하나 당장 자신들도 겁이나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소녀는 산에 오를 채비를 하고 긴장되는 모습으로 산 길에 오른다.
S#2. 마니산
소녀: “이 산의 산행이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땀이 비가 오듯 쏟아지는구나. 아니면 호랑이가 두려운 탓일까?”
해설: 산의 중턱 무렵까지 올라왔지만 호랑이의 뒤꽁무니도 보지 못할 무렵 어디선가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번뜩하는 빛이 보인다. 아주 멀리서 보이는 미세한 빛이지만 소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게 바로 호랑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 눈빛에 발이 얼어붙는 듯하여 발걸음을 내 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에 이끌려 다시 한 발자국씩 올라갔다. 호랑이를 마주쳐서 그런 탓인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렇게 소녀는 두려움을 붙잡고 한 걸음씩 세며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녀: “981..982..983... 정말 힘들구나.. 저기만 오르면 호랑이를 마주치겠지.. 그러고보니 마을 사람들 모두 이 산의 정상을 올랐다는 말은 못들은 것 같구나..
해설: 그렇게 소녀가 1004걸음을 내딛었을 때 앞에 있는 호랑이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드높은 하늘과 마을의 풍경에 앞서 느끼던 두려움을 모두 잊던 소녀였다. 그러다 자신 앞에 있는 호랑이를 깨닫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소녀: “호랑이가 있다는 게 사실이긴 하구나. 말이 통하지를 않으니 네가 벌인 소행이냐 물을 수도 없겠지. 그렇다고 너에게 죽고 싶지도 않으니 내가 먼저 너의 목숨을 끊어야겠구나.”
해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화살 촉을 들어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가누다가 그 눈망울에 이내 포기한다. 그리고는 화살을 땅에 두고 해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한다. 호랑이는 그런 소녀에게 눈빛으로 무엇을 말하는 듯 지긋이 바라본다. 그러다 갑자기 안개가 나타나 호랑이를 감싸더니 인간의 형상이 보인다.
소녀: “거기 누구십니까?”
신선(호랑이): “나는 네가 쫓던 존재다.”
소녀: “호랑이 말씀이십니까?”
신선(호랑이): “나는 이곳의 신선이다. 아주 겁이 없더구나. 내가 진짜 호랑이였다면 당장 널 발견한 즉시 너의 뼈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 수도 있었다. 무엇이 널 이리도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느냐?”
소녀: “말못하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괜한 오해를 받는 것이 저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 다른 연유가 있을테지요.”
신선(호랑이): “그래 네가 말하지 않아도 사실 다 알고 있다. 이 깊은 산의 정상까지 두렵고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잘도 따라 오더구나. 너보다 나이가 많은 이도, 힘이 훨씬 센 이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괜한 내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뻔하였다. 그런 용기에 너를 기특히 여겨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소녀: “저도 한낱 인간인지라 호랑이(신선)를 마주치니 매우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중턱까지 올라온 터, 다시 내려 갈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 걸음에 제 한 마음을 붙잡으며 이 정상까지 올라왔지요. 그렇게 1004걸음이었습니다. 그 걸음을 딛고 올라오니 제 앞의 호랑이도 잊을 만큼 멋진 풍경이 저를 사로잡았지요.”
신선(호랑이): “그래 이곳이 아주 절경이지.”
소녀: “네. 그래서 말입니다. 1004개의 계단이 있었으면 합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이러한 절경을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껏 이곳의 풍경을 보았다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산이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계단이 있다면 마을 사람들 모두 수월하게 산을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선(호랑이): “과연 너 다운 소원이로구나. 그래 땀방울 흘려가며 보는 풍경이 더 값질테지.”
#S3. 마을
해설: 한 편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은 소녀가 말한 좀도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봉씨에게 볼 일이 있었던 김씨는 그가 자리에 없다는 걸 알고 봉씨를 찾으려 그의 집으로 향한다. 봉씨의 집으로 향했을 때 개 짓는 소리에 놀란다.
김씨: “자네 이 닭들과 토끼는 무엇인가? 이 개들은 또 뭐고.. 돼지 한 마리만 키우지 않았는가?
봉씨: “아..아니.. 무슨 소린가.. 그냥 이건..”
해설: 얼굴이 새빨개진 봉씨의 모습을 보고 김씨는 뭔가 눈치를 채고 한 마디 한다.
김씨: “내 인생살이 벌써 50년이네. 나를 속일 생각 말어. 아까 보니 평소의 자네 모습 같지 않다고 생각했네. 지금이라도 바른대로 말하면 큰 벌은 면할걸세.”
해설: 그렇게 호랑이의 소행인 줄 알았던 일이 일단락되고 소녀는 산에서 하강한다. 소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마을 사람들은 크게 놀라워하고 고을의 원님 또한 그 소식을 듣고 큰 포상금을 내린다. 그런 소녀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마니산에 올라 좋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산의 정상을 오른 이들 모두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마니산 1004개 계단을 올라 산 정상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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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천관광 스토리텔링 공모전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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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1004개 계단과 호랑이등장 캐릭터: 소녀, 호랑이(신선), 노란지붕마을 김씨, 노란지붕마을 봉씨, 빨간지붕마을 엄씨, 원님
어느 날 한 노인이 약초를 캐러 마니산 중턱에 올라갔다가 호랑이를 마주쳤다고 하였다. 호랑이를 마주친 이후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정신을 되찾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호랑이가 쓰러진 자신을 잡아먹지도 않고 집 앞에 놓고 갔다고 말하니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눈 앞에 고깃덩어리가 있는데 먹지도 않으면 그게 맹수일수가 있냐는 것이었다. 노인의 이야기가 비웃음거리에서 점점 희미해질 때 즈음 노란 지붕 마을에서 자신이 키우던 닭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닭이 사라진 옆 집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개들이 없어졌다고 하였고, 그 옆 집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토끼들이 없어졌다고 하였다.
마침 빨간 지붕 마을 한 노인이 호랑이를 만났다는 소문을 듣고, 노란 지붕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키우던 가축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문풍지가 구멍 나 뚫어져 있었다는 사람, 장독대가 모두 깨져 있었다는 사람들 모두 호랑이의 소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을이 한 바탕 시끄러워져 고을 원님의 귀에 까지도 그 이야기가 들어가게 된다. 원님은 마을 사람들의 흥분을 가라 앉히기 위해 한 방법을 제시한다. 소문의 원흉인 호랑이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많은 쌀과 베를 포상금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붙여진 방문을 본 사람들은 많은 포상금을 준다는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호랑이와 포상금으로 시끌벅적 할 때, 한 소녀만 호랑이의 소행에 의문점을 품었다.
S#1. 마을의 저자거리
소녀의 캐릭터 클로즈업
해설: 이 소녀로 말할 것 같으면, 방년 16세. 활 쏘기를 비롯한 무예에도 능하며 손재주도 좋은 그런 소녀이다. 책은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제까지 읽은 책이라고 하면 어느 양반집 자식들과 견줄 정도로 많이 읽었다. 그러한 밑 바탕 때문인지 한 이야기라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항상 의심에 의심을 품는 조심스럽지만 과감한 성격이다.
소녀: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호랑이 소행이라면 가축들이 없어졌을 때 주변이 피투성이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깔끔하게 쏙! 없어졌단 말이야.. 그리고 문풍지도.. 호랑이라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텐데 구멍만 뽕뽕 뚫린 게 말이 안돼.”
해설: 소녀가 호랑이의 소행에 의문을 품을 때 호랑이 잡이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하라며 옥신각신하기 시작한다.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저 정도로 많은 쌀과 포상금이라.. 탐이 나는 구만. 그런데 과연 누가 마니산에 올라 그 호랑이를 잡을 것인가? 난 두려워서 못하겠네.”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자네 아들이 아주 용맹스럽고 힘도 세다고 하지 않았는가?”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아 이 사람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흠흠.. 자네는 왕년에 쌀 10가마니도 번쩍 들만큼 힘이 장사라 하지 않았는가?”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이 사람이 보게.. 내가 언제 그런 실언을...큼큼.. 내 가느다란 팔목이 보이지 않는 건가?”
소녀: “자자 다들 그만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제가 생각하기엔 호랑이의 소행이 아닙니다. 호랑이가 그 많은 가축들을 어떻게 그리도 쏙쏙 빼 갈수 있겠습니까? 호랑이라면 이미 마당이 새 빨갛게 물들었을 것! 그리고 장독대도, 문풍지도 생각해보세요. 제 생각엔 좀도둑 소행입니다.”
노란 지붕 마을 봉씨: “듣..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그..그런데 말이다. 그.. 저번에 한 노인이 마니산에서 호랑이를 마주쳤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노인을 집 앞 마당까지 슬그머니 물어 놓은 걸 보면 늙은 고기덩이는 싫으니 놔두고 간 것이 아..아니겠느냐? 늙은 고기를 먹느니.. 작은 동물이나 잡아먹어야겠다 싶어서 교묘히 쏙쏙 빼 잡아먹고 간 것이 아니겠어?”
노란 지붕 마을 김씨: (의아한 표정으로 모란 지붕 마을 봉씨를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 “그래 그 말이 맞네.”
소녀: “아..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중에 정말 호랑이를 마주치고 호랑이 소행이라 하는 사람들은 없는 거 맞죠?”
마을 사람들: “뭐.. 그렇긴 하지.”
소녀: “그럼 제가 마니산에 올라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확인해서 맞다면 호랑이의 목을 들고 오겠습니다. 제가 활 쏘기는 물론이고 무예에도 능한 것은 다들 익히 아실 터. 아무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제가 가겠습니다.”
빨간 지붕 마을 엄씨: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자의 몸으로 홀로 가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니겠느냐?”
소녀: “하지만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무도 가려 하지 않습니까? 호랑이가 옆 마을의 노인을 해치지 않고 얌전히 데려다 준 것을 보면 보통과 같은 호랑이로는 안 보입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영물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기는 하나 좀도둑의 짓을 호랑이의 소행으로 보기에는... 저는 산 오를 채비를 하고 오늘 중으로 다녀오겠습니다.”
해설: 마을 사람들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녀를 쳐다보기는 하나 당장 자신들도 겁이나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소녀는 산에 오를 채비를 하고 긴장되는 모습으로 산 길에 오른다.
S#2. 마니산
소녀: “이 산의 산행이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땀이 비가 오듯 쏟아지는구나. 아니면 호랑이가 두려운 탓일까?”
해설: 산의 중턱 무렵까지 올라왔지만 호랑이의 뒤꽁무니도 보지 못할 무렵 어디선가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번뜩하는 빛이 보인다. 아주 멀리서 보이는 미세한 빛이지만 소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게 바로 호랑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 눈빛에 발이 얼어붙는 듯하여 발걸음을 내 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에 이끌려 다시 한 발자국씩 올라갔다. 호랑이를 마주쳐서 그런 탓인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렇게 소녀는 두려움을 붙잡고 한 걸음씩 세며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녀: “981..982..983... 정말 힘들구나.. 저기만 오르면 호랑이를 마주치겠지.. 그러고보니 마을 사람들 모두 이 산의 정상을 올랐다는 말은 못들은 것 같구나..
해설: 그렇게 소녀가 1004걸음을 내딛었을 때 앞에 있는 호랑이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드높은 하늘과 마을의 풍경에 앞서 느끼던 두려움을 모두 잊던 소녀였다. 그러다 자신 앞에 있는 호랑이를 깨닫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소녀: “호랑이가 있다는 게 사실이긴 하구나. 말이 통하지를 않으니 네가 벌인 소행이냐 물을 수도 없겠지. 그렇다고 너에게 죽고 싶지도 않으니 내가 먼저 너의 목숨을 끊어야겠구나.”
해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화살 촉을 들어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가누다가 그 눈망울에 이내 포기한다. 그리고는 화살을 땅에 두고 해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한다. 호랑이는 그런 소녀에게 눈빛으로 무엇을 말하는 듯 지긋이 바라본다. 그러다 갑자기 안개가 나타나 호랑이를 감싸더니 인간의 형상이 보인다.
소녀: “거기 누구십니까?”
신선(호랑이): “나는 네가 쫓던 존재다.”
소녀: “호랑이 말씀이십니까?”
신선(호랑이): “나는 이곳의 신선이다. 아주 겁이 없더구나. 내가 진짜 호랑이였다면 당장 널 발견한 즉시 너의 뼈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 수도 있었다. 무엇이 널 이리도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느냐?”
소녀: “말못하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괜한 오해를 받는 것이 저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 다른 연유가 있을테지요.”
신선(호랑이): “그래 네가 말하지 않아도 사실 다 알고 있다. 이 깊은 산의 정상까지 두렵고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잘도 따라 오더구나. 너보다 나이가 많은 이도, 힘이 훨씬 센 이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괜한 내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뻔하였다. 그런 용기에 너를 기특히 여겨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소녀: “저도 한낱 인간인지라 호랑이(신선)를 마주치니 매우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중턱까지 올라온 터, 다시 내려 갈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 걸음에 제 한 마음을 붙잡으며 이 정상까지 올라왔지요. 그렇게 1004걸음이었습니다. 그 걸음을 딛고 올라오니 제 앞의 호랑이도 잊을 만큼 멋진 풍경이 저를 사로잡았지요.”
신선(호랑이): “그래 이곳이 아주 절경이지.”
소녀: “네. 그래서 말입니다. 1004개의 계단이 있었으면 합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이러한 절경을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껏 이곳의 풍경을 보았다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산이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계단이 있다면 마을 사람들 모두 수월하게 산을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선(호랑이): “과연 너 다운 소원이로구나. 그래 땀방울 흘려가며 보는 풍경이 더 값질테지.”
#S3. 마을
해설: 한 편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은 소녀가 말한 좀도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봉씨에게 볼 일이 있었던 김씨는 그가 자리에 없다는 걸 알고 봉씨를 찾으려 그의 집으로 향한다. 봉씨의 집으로 향했을 때 개 짓는 소리에 놀란다.
김씨: “자네 이 닭들과 토끼는 무엇인가? 이 개들은 또 뭐고.. 돼지 한 마리만 키우지 않았는가?
봉씨: “아..아니.. 무슨 소린가.. 그냥 이건..”
해설: 얼굴이 새빨개진 봉씨의 모습을 보고 김씨는 뭔가 눈치를 채고 한 마디 한다.
김씨: “내 인생살이 벌써 50년이네. 나를 속일 생각 말어. 아까 보니 평소의 자네 모습 같지 않다고 생각했네. 지금이라도 바른대로 말하면 큰 벌은 면할걸세.”
해설: 그렇게 호랑이의 소행인 줄 알았던 일이 일단락되고 소녀는 산에서 하강한다. 소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마을 사람들은 크게 놀라워하고 고을의 원님 또한 그 소식을 듣고 큰 포상금을 내린다. 그런 소녀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마니산에 올라 좋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산의 정상을 오른 이들 모두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마니산 1004개 계단을 올라 산 정상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간다.
■ 작품설명 (개인의 경험을 가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0
고모께서 인천에 거주하셨을 때 부모님과 놀러갔던 적이 있다. 등산을 즐겨하시던 고모와 함께 산행에 올랐던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다가 마침, 강화군 화도면과 관련된 <호랑이 잡은 이야기>라는 설화를 알게 되었다.
한반도를 호랑이로 바라보았을 때 마니산은 호랑이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성시되는 명산이다. 필자는 이러한 특별성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기가 나온다는 산이라고 하는 만큼 전문 산악인은 물론이고 산을 오르려는 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이들에게 마니산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따라서 마니산과 관련된 설화를 각색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그에 대한 반응에 따라 기념물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화의 원본에서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이다. 하지만 마니산 지리상 위치의 특별성에 따라 호랑이를 신선한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맹한 소녀가 두려움을 해치고 만난 호랑이(신선)가 소녀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을 드러냈다. 또한 그것을 통해 마니산이 가진 강한 기운과 마니산에 있는 1004개의 계단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롭게 나타내고자 했다.
이야기 원문도 첨부파일에 함께 올렸으니 비교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